"성공하고 싶다"며 아내 무덤 파헤친 男…꺼낸 물건 정체가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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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가브리엘 토토사이트 벤틀리

얼마나 땅을 팠을까요. 마침내 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 사이에서는 작은 탄식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열린 관 뚜껑. 전설에 따르면, 당시 작업자들은 놀라운 광경을 봤다고 합니다. “여성이 죽어서 묻힌 지 7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몸은 썩지 않고 그대로였다.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은 오히려 세상을 떠날 때보다 훨씬 길어져 관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쨌거나 작업자들은 의뢰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여성의 곁에 있는 노트를 꺼내 남자에게 전달한 겁니다.
떨리는 손으로 무덤에서 파낸 노트를 받아 든 남자. 그는 노트에 적힌 내용을 이용해 부와 명예를 얻으며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하지만 남자의 마음은 점점 죄책감과 불안, 광기로 물들게 되는데…. 그의 이름은 단테 가브리엘 토토사이트 벤틀리(1828~1882). 당대 영국 최고의 화가 중 하나이자 탁월한 시인이었고, 죽은 뒤에는 많은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된 사람이었으며, 무덤에 묻혀 있던 여성의 남편이었던 그 남자. 토토사이트 벤틀리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어린 왕자, 로세티

그럴 만도 했습니다. 로세티는 잘생긴 얼굴의 미소년이었습니다. 그의 다정다감한 말투 속에는 톡톡 튀는 재치와 유머가 있었습니다. 여기에 이국적인 혈통과 출신이 신비로운 매력을 더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이탈리아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 정치적인 탄압을 받아 영국으로 망명한 대학 교수였거든요. 로세티의 누나는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로세티는 가족과 친구들을 비롯한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았다. 마치 어린 왕자와도 같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든 로세티를 한 번 만나면 그의 매력에 푹 빠졌다.”
시인이었던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로세티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는 글을 잘 썼고, 그림도 잘 그렸습니다. 화가가 될지 시인이 될지 고민할 정도로요. 로세티는 그중 화가의 길을 택했습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세계를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열일곱 살의 나이에 왕립아카데미에 입학해 미술 공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왕립아카데미의 가르침은 따분했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에게 왕립아카데미가 추구하는 그림은 고지식하고 쓸데없이 까다로우면서도 감상적인, 말하자면 ‘구린’ 그림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로세티는 존 에버렛 밀레이를 비롯해 자신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젊은 아카데미 학생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그림에 ‘오버’ 좀 하지 말자. 르네상스 시대, 라파엘로 이전의 자연스러운 그림으로 돌아가자.” 눈부신 색채, 과장되지 않았지만 극도로 섬세하고 세밀한 표현을 추구하는 ‘라파엘(라파엘로)전(前)파’의 탄생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라파엘전파 작품들이 주는 새로운 매력에 익숙해졌습니다. 점차 라파엘전파는 영국 미술의 대세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특유의 매력으로 동료 화가들을 끌어모은 토토사이트 벤틀리가 있었습니다.
시달, 마음의 여왕
“야, 대박! 나 진짜 장난 아니게 예쁜 사람 데려왔어. 완전히 여왕 같아. 키도 엄청 크고…. 분위기 장난 아니야.”1849년, 라파엘전파 화가들이 모인 자리. 뒤늦게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스물두 살의 화가 월터 데버럴은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뭐야, 누구? 자세히 좀 얘기해봐.” 동료들의 재촉에 데버럴은 ‘썰’을 풀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어마어마하게 예쁜 여성을 마주쳤다는 것. 그림 모델을 서달라고 부탁했는데 거절당했다는 것. 그리고 간곡한 부탁 끝에 모델로 모실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녀의 이름은 엘리자베스 시달, 나이는 스무 살, 모자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까지요.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시달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고 합니다. 훗날 그는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내 운명은 정해졌다. 전생에서부터 그녀를 사랑할 운명이었던 느낌이었다.” 로세티는 시달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습니다. 시달 역시 매력적인 로세티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금세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로세티는 시달을 모델로 많은 작품을 그렸고, 그녀에게 문학과 그림을 가르쳤습니다. 머지않아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도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허구한 날 바람을 피웠습니다. 그 상대 중 대표적인 사람이 하층 계급 출신의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여성, 패니였습니다. 패니의 말투는 거칠고 상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재미있고 편안했습니다. 모델로서도 패니는 시달과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그녀의 고운 이목구비와 풍성한 머리카락, 관능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시달의 건강은 계속 나빠졌습니다. 딸을 임신했다가 사산한 사건은 시달의 몸과 마음에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시달은 불면증과 만성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평소 먹던 마약성 진통제의 양을 계속 늘렸습니다. 그리고 1862년, 시달은 진통제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공식적으로 이 사건은 사고로 처리됐지만, 사실은 자살이었습니다. 결혼 후 채 2년도 되지 않아 일어난 사건이었습니다.

무덤을 파헤치다
아내가 죽은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로세티는 애인 관계였던 패니와 함께 살기 시작합니다. 로세티를 사랑했던 패니는 그가 결혼한 뒤 상심해 다른 남자와 결혼했지만, 서로 잘 맞지 않아 이혼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로세티는 예술적·경제적 전성기를 맞습니다. 그의 작품들이 영국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한 겁니다. 한동안 쓰지 않았던 시(詩)도 다시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로세티는 시달을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 작품 속의 완벽한 모습으로 그리면서도 그녀의 실제 모습과 고통, 요구에는 무심했습니다. 자주 바람을 피웠던 것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로세티에게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보다 자기 내면의 허기를 채우고 ‘사랑에 빠진 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었지요.

이 사건은 훗날 영국 사람들의 입에 전설처럼 오르내리게 됩니다. ‘관을 열어보니 시달은 세상을 떠날 당시와 똑같이 아름다운 모습이었고, 관은 그녀의 머리에서 자라난 황금빛 머리카락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워낙 사건 자체가 충격적이어서 사람들의 상상력을 강하게 자극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실제로 찾아낸 원고는 시달의 유해에서 스며 나온 습기에 젖어 곰팡이와 벌레로 손상된 상태였고, 의사는 원고에 밴 썩은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소독해야만 했습니다. 2주간의 소독을 거쳐 원고를 받은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간신히 내용을 옮겨 적은 뒤 원본을 불태워버렸다고 합니다. 종이에 남은 죽음의 흔적을 차마 견딜 수 없었던 거지요. 그리고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그 시를 고치고 덧붙여 책으로 펴냈습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펴낸 시집에 대한 반응은 어땠을까. 일단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가 아내의 무덤을 파헤쳤다는 사실은, 그가 죽은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 생전 영국 사람들은 이런 끔찍한 얘기를 까맣게 몰랐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비평가들은 토토사이트 벤틀리의 시를 극찬했습니다. “진정한 상상력에 불을 붙였다.”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시로 미묘함과 생생함을 담았다.” 시집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이전 내용 생략)
연인이 죽어서 천국에 왔을 때 나는 신께 이렇게 부탁할 거야.
그와 함께 살고 싶다고, 이전처럼 사랑 안에서, 이제부터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지. 슬프기보다는 온화하게- “이 모든 건 그가 오면 이뤄질 거야.”
그리고 빛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고, 천사들이 힘찬 날갯짓을 하며 곁에 다가왔네.
그녀의 눈은 기도로 가득했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어. (나는 그녀가 미소 짓는 걸 봤어.)
곧 그녀와 천사들, 빛은 멀어져 사라졌지.
하지만 그녀는 팔을 난간에 길게 뻗고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울었네. (나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연인이 죽어서 천국에 왔을 때 나는 신께 이렇게 부탁할 거야.
그와 함께 살고 싶다고, 이전처럼 사랑 안에서, 이제부터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고.
그녀는 말했지. 슬프기보다는 온화하게- “이 모든 건 그가 오면 이뤄질 거야.”
그리고 빛이 그녀를 향해 다가왔고, 천사들이 힘찬 날갯짓을 하며 곁에 다가왔네.
그녀의 눈은 기도로 가득했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어. (나는 그녀가 미소 짓는 걸 봤어.)
곧 그녀와 천사들, 빛은 멀어져 사라졌지.
하지만 그녀는 팔을 난간에 길게 뻗고 손에 얼굴을 묻은 채 울었네. (나는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었어.)
아무래도 가증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만, 그 뒤로도 토토사이트 벤틀리의 화려한 삶은 계속됐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는 그림과 시에 모두 통달한 예술의 거장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경제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바람기도 여전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머리가 빠지고 배가 나왔지만 여전히 매력적이었던 그는 버릇을 못 고치고 절친한 친구의 아내와 신나게 바람을 피웠습니다.


토토사이트 벤틀리, 그 퇴폐적 아름다움
오늘날 로세티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요. 먼저 영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그룹 중 하나인 라파엘전파를 이끈 리더로 꼽힙니다. 다소 퇴폐적이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를 극단적으로 추구한 유미주의(唯美主義)의 선구자이자, 회화와 시를 결합한 독특한 예술가로도 높은 평가를 받습니다. 한편으로 그의 삶에 있었던 우여곡절은 소설·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습니다.
로세티의 작품들은 단순히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가 아닙니다. 단순히 ‘예쁨’, ‘사실성’으로만 따지면 로세티보다 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림에는 미묘한 에너지, 사연이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로세티와 시달의 이야기를 전혀 몰라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아름다움은 독특하고 강렬합니다. 그건 로세티가 그린 그림 속 여성이 단순한 상징이 아니라, 모두 그가 실제로 사랑했던 여성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사랑은 뭐고 예술은 또 뭔가. 때로는 다른 이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면서까지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좇았던 토토사이트 벤틀리의 작품은 왜 아름다운가. 좋은 그림은 이처럼 여러 이야기와 질문, 신비로운 힘을 품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볼거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도, 굳이 미술관을 찾아 수백 년 전 그림 앞에 서게 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번 기사는 Dante Gabriel Rossetti - Painter and Poet(Jan Marsh 지음)를 중심으로 Rossetti(Evelyn Waugh 지음), Collected Writings of Dante Gabriel Rossetti(Jan Marsh 편집) 등을 참조해 작성했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은 미술 담당 기자가 미술사의 거장들과 고고학, 역사 등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국내 문화 분야 구독자 1위 연재물입니다. 매주 토요일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네이버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미술 소식과 지금 열리는 전시에 대한 심층 분석을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이미 구독 중인 7만여명의 독자와 함께 아름다운 작품과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앞서 다뤘던 화가들의 이야기와 아름다운 그림들은 두 권의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과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으로 곁에 두고 즐길 수도 있습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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