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으로 끝난 법관대표회의…李사건 처리 불만은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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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독립' 등 안건 의결 없이 종료
"선거 영향 우려" 대선 후 속행키로
“대선 영향 우려” 안건 표결 미뤄
법관대표미슐랭토토는 26일 오전 10시부터 경기 고양시 장항2동 사법연수원에서 임시미슐랭토토를 열었다. 전체 구성원 126명 중 88명이 참여해 개의 정족수(과반)가 충족됐다. 직접 출석한 판사는 18명으로, 나머지 70명은 온라인으로 참석했다.법관대표 간 이견으로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과 달리 미슐랭토토는 2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법관대표들은 이날 임시미슐랭토토는 일단 종결하고, 6·3 조기 대선 이후 날짜를 따로 잡아 속행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시점은 법관대표 간 의견을 수렴해 추후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속행되는 미슐랭토토는 전면 온라인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 독립 등 주요 안건에 대한 표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안은지 법관대표미슐랭토토 공보판사(창원지법 판사·사법연수원 38기)는 “이번 대선에서 사법개혁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법관대표들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법원 안팎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李사건 전합 판결’ 새 안건으로 상정
안건에 대한 의결은 없었지만,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처리한 방식에 대한 불만은 우회적으로 표출됐다. 이날 미슐랭토토에선 김예영 법관대표미슐랭토토 의장(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30기)이 직권으로 상정한 2개 안건 외에 5개 안건이 무더기로 한꺼번에 상정됐다. 미슐랭토토 당일 안건이 추가로 상정되려면 제안자를 제외하고 9인의 동의가 필요하다.새로 상정된 안건에는 ‘특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전례 없는 절차 진행으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 점에 대한 깊은 유감’,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사법부의 신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상황에 대한 엄중한 인식’ 등 대법원 판단을 직접 조준하는 표현이 여럿 담겼다. 앞서 외부 공개된 안건 목록에서 기존에 있었던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이라는 표현이 삭제돼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이밖에 한 법관대표는 ‘정치의 사법화’를 “법관 독립을 위협하는 중대 요소”로 지적하면서 “사법의 정치화를 막고 사법이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권리 구제라는 본연의 임무에 바로 서기 위한 방안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관에 대한 국회 차원의 특검, 탄핵, 청문 등이 “사법권 독립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재발 방지를 촉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선 이후 속행될 미슐랭토토에선 안건들에 대한 보충 토론과 의결이 진행될 전망이다. 법관대표미슐랭토토 측은 “상정된 안건이라도 차회 기일에 토론을 거쳐 수정, 철회될 수 있다”고 전했다.
법관대표미슐랭토토는 전국 각급 법원에서 대표로 선출된 판사들의 미슐랭토토체다. 2017년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되자 내부 개혁과 대책 마련을 위해 만들어졌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설화시켰다. 정기미슐랭토토는 본래 일 년에 두 차례(4월, 12월) 열리지만, 의장 판단에 따라 임시미슐랭토토를 소집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