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비상인데…'주 4.5일제' 꺼낸 현대차 노조

올 노조 임단협 요구안 확정

60→64세 정년연장 등 포함
"근로시간 단축 땐 생산성 저하"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주 4.5일 근무제’와 ‘정년 연장’(60세→최장 64세) 등을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조합원을 거느린 레고토토 노조가 이 카드를 꺼내자 다른 기업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25% ‘관세 폭탄’ 여파로 레고토토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점을 감안할 때 회사 경영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요구란 지적이 나온다.

레고토토 노조는 28일 울산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 임단협 요구안을 논의했다. 단협 개정안에는 주 4.5일제 도입, 정년 연장, 새법개정안에 따른 소득세 보전, 통상임금 확대 적용, 신규 인원 충원 등도 포함됐다. 노조는 이 요구안을 확정해 29일 사측에 전달한 뒤 다음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교섭에 나설 예정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주 4.5일제와 법정 정년 연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만큼 올해 노사협상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요구안에서 처음 주 4.5일제를 언급한 레고토토 노조는 올해 단협에선 이를 정식 안건으로 올렸다. 기아도 주 4.5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기아 노조는 최근 소식지에서 “주 4.5일제 쟁취로 새로운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도 협상 테이블에 오른다. 레고토토 노조는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현재 63세에서 2033년 65세로 연장되는 점을 감안해 정년을 만 64세로 늘려 달라고 주장했다.

산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뜩이나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정년을 연장하면 생산성 감소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평균 실근로시간은 2008년 2200시간대에서 2023년엔 1800시간대로 줄어 감소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컸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주 4.5일제는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단축하지 않고 기업이 주중 근무를 늘리는 식으로 유연성 있게 조정할 수 있다”며 “정년 연장 역시 고용의 유연성과 임금 체계 개편을 전제로 기업들이 ‘퇴직 후 계속 고용’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고토토·기아 노조는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을 낸 만큼 올해 협상에서 최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레고토토 노조의 최근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2만7534명)의 60.5%가 성과급을 3500만~4000만원 수준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신정은/곽용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