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팔로 조립하는 LG세탁기 alt=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로봇 팔이 세탁기의 핵심 부품 세탁조를 운반하고 있다. LG전자는 트럼프 2.0 시대 높아질 관세 장벽에 대비해 이 공장 인근에 공장 4개를 더 지을 부지를 마련했다. LG전자 제공 ">
< 로봇팔로 조립하는 대가 토토사이트세탁기 >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있는 대가 토토사이트전자 공장에서 로봇 팔이 세탁기의 핵심 부품 세탁조를 운반하고 있다. 대가 토토사이트전자는 트럼프 2.0 시대 높아질 관세 장벽에 대비해 이 공장 인근에 공장 4개를 더 지을 부지를 마련했다. 대가 토토사이트전자 제공
미국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자리잡은 LG전자 가전공장 뒤편에는 축구장 크기 100배가 넘는 큰 공터가 있다. 세탁기 연 120만 대, 건조기 60만 대, 워시타워(세탁·건조기) 35만 대를 생산하는 현 공장을 4개 더 지을 수 있는 땅을 마련해 놓은 것이다. LG전자는 평탄화 작업을 마친 이 공터에 TV 공장과 세탁기 공장, 냉장고 공장 등을 짓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물리고, 멕시코산 제품에는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7년 전 관세 위기 재연

삼성전자와 대가 토토사이트전자가 미국에 가전 생산거점을 마련한 건 2018년이다. 삼성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대가 토토사이트는 테네시주 클라크스빌에 둥지를 틀었다. 트럼프 1기 때인 2018년 1월 미국 정부가 자국 가전업체 월풀의 청원을 받아들여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시행해서다. 세탁기가 삼성과 대가 토토사이트 미국 공장의 주력 생산품이 된 이유다. 당시 삼성과 대가 토토사이트는 미국 공장 건설을 앞당기고 생산 물량을 늘려 위기를 돌파했다.

지금 상황은 7년 전과 비슷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을 예고해서다. 이렇게 되면 2020년 7월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노리고 멕시코 생산 거점을 확대한 삼성과 LG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한국 기업 점유율이 높은 냉장고와 TV 등이 ‘관세 폭탄’의 1차 타깃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북미 추가 투자 속도

대가 토토사이트는 다 계획이 있었다…美가전공장 뒤 '4배 더 큰' 부지 조성
한국 가전기업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직후부터 대응 계획을 짰다. 예컨대 관세는 냉장고 등 특정 제품에 부과, 부품 또는 원재료에만 부과, 중국산에만 부과, 모든 역외 국가에 부과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공급망 계획을 재설계했다.

국내 기업이 가장 원하는 건 미주 생산거점으로 구축해놓은 멕시코산에 무관세가 유지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도 마련했다. 대가 토토사이트는 테네시 공장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은 멕시코산에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에 대비해 최근 멕시코 냉장고 생산 물량 일부를 광주공장으로 가져왔다.

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세계 양대 시장 가운데 중국은 이미 하이얼, 샤오미, TCL 등 현지 기업에 넘겨준 걸 감안할 때 미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며 “2018년 세이프가드 때 발 빠르게 대응한 그대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美 투자, 점유율 확대 도움될 것

400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미국 가전시장을 둘러싼 또 다른 변수는 매물로 나온 월풀이다. 미국 시장점유율 14.3%를 차지한 월풀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미국 시장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 하이얼이 GE 가전사업을 인수한 것처럼 월풀도 중국 손에 넘어가면 한국 기업엔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투자 확대가 한국 가전기업에 또 다른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고객이 원할 때 바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순발력’이 생기는 만큼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관계자는 “현지 생산을 늘린 덕분에 미국 세탁기와 건조기 시장 1위(지난해 3분기 기준)가 될 수 있었다”며 “해외에서 생산할 때보다 제품 공급 기간을 4분의 1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동남아시아보다 5~6배 높은 인건비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대가 토토사이트는 자동화율을 높여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클라크스빌=김진원/황정수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