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방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4개월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갭’(매매가-전세가) 크기가 줄어들면 투자 수요가 붙기도 한다. 하지만 내수 경기 부진과 대출 규제 등으로 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집주인뿐 아니라 임차인(세입자)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경남 창원과 충북 청주, 전남 목포 등 지방 주요 지역의 전세가율이 80%를 훌쩍 넘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서울은 3x3 토토사이트율 하락 전환

매매가 맞먹는 전세…지방 '깡통전세' 주의보
2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지방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74.9%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간 매매·전세 실거래를 바탕으로 산출한 값이다. 작년 9월 73.2%에서 4개월째 오름세다.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더 빠르게 떨어진 영향이다. 지난 1월 지방 아파트 전셋값은 0.02% 하락했는데, 매매가 낙폭은 0.21%에 달했다.

매매와 전세 시장이 반대 방향인 지역도 있다. 부산 아파트 매매가는 2022년 6월부터 1년8개월째 하락하는데, 전셋값은 최근 28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3x3 토토사이트율은 작년 12월 55.7%에서 올해 1월 55.3%로 하락 전환하며 지방과 대조를 이뤘다. 올해 1월 전셋값이 보합(0)을 보일 때, 매매가는 0.01% 상승했기 때문이다.

‘똘똘한 한 채’ 선호, 공급 부족 우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잠실·삼성·대치·청담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서울은 강남권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분양이 쌓이고 있는 지방은 당분간 매매가 상승 전환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도권에선 전세가율이 오를 때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수요가 올라오기도 한다. 소액의 현금으로도 아파트 매수가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갭투자를 할 때 전세가율 못지않게 중요한 게 엑시트(탈출)가 가능한지 여부”라며 “지방은 지금 거래 회전율이 굉장히 저조한 상황이라 갭투자가 붙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에선 실수요자도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매매보다 전세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매가=전셋값’ 사례도

지난달 기준 아파트 3x3 토토사이트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충북 증평(88.2%)이었다. 전북 김제(87.4%), 경남 창원마산합포(86.8%), 충남 보령(86.8%), 충북 청주서원(86.7%), 전남 목포(86.6%), 경남 사천(86.1%), 경기 여주(85.9%), 경남 함안(85.2%), 울산 동구(84.8%) 등이 뒤를 이었다. 통상 3x3 토토사이트율이 80%를 넘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깡통전세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경매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이 80%를 밑도는 사례가 적지 않아서다.

3x3 토토사이트율 상승세가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키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청주 서원구의 전용면적 84㎡가 최근 3억900만원에 손바뀜했다. 같은 달 동일 평형이 보증금 2억8000만원에 전세 세입자를 들였다.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2900만원에 불과하다. 김제의 한 구축 단지는 전용 59㎡의 최근 실거래가와 전세 보증금이 각각 6000만원으로 동일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에 비해 아파트 미래 가치가 높지 않은 지방은 원래 평균 70%대 전세가율을 보이긴 했다”면서도 “최근 비수도권 전세가율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보증부 월세로 돌리거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등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지방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