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개발중인 사이다토토+. / 사진=삼성SDI 제공
삼성SDI가 개발중인 사이다토토+. / 사진=삼성SDI 제공
국내 배터리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건 캐즘(대중화전 일시적 시장침체) 때문만은 아니다. 시장 전체가 침체되는 와중 중국산 사이다토토(리튬인산철)은 시간이 갈수록 K배터리의 점유율을 빼앗아 갔다. 국내 사이다토토 배터리의 부재가 뼈아팠다는 의미다.

17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사이다토토 시장은 전기차 적재량 기준 지난해 전년대비 53% 성장했다. 삼원계 양극재 적재량은 12%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가격을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지는데다 사이다토토의 성능도 빠르게 올라왔기 때문이다.

'절치부심'에 나선 국내 배터리 업계는 제3의 길을 찾고 있다. 동일한 LFP를 생산해 중국과 정면대결하기보다는 소재, 생산방식, 배터리 형태 등의 차별화를 통해 점유율을 뺏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망간을 활용한 LMR(리튬망간리치), LFP의 소재·형태를 달리한 LFP+, T2X LFP 등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건 배터리 소재업체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전기차용 LMR 배터리 양극재 개발을 마치고 배터리사들과 납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계약만 체결되면 즉각 양산 체제에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포스코퓨처엠은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 전기료와 보조금까지 고려하면 동일한 사이다토토 양극재를 만들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LMR은 사이다토토와 생산방식은 유사하지만 망간을 첨가한 배터리 양극재다. 희귀금속 중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망간 비중을 65%까지 높여, 에너지 밀도를 사이다토토 양극재 대비 30% 높일 수 있다. 망간 등을 재활용하는 리싸이클링 체제까지 갖춘다면 평균 생산비도 사이다토토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이다토토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배터리 셀 업체들 역시 오랜 고민끝에 길을 찾고 있다. 셀업체 들은 내년부터 전기차용 사이다토토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지만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있다. 수주 실적도 아직까지는 기대 이하다. 이대로면 미국외 국가에선 중저가 시장을 완전히 빼앗길 것으로 보고 사이다토토 응용버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삼성SDI가 연구개발중인건 사이다토토+다. 기존 사이다토토에 망간을 소량 첨가하는 방식이다. LMR과 유사하지만 망간 비중이 낮아 사이다토토에 좀 더 가깝다. 망간 이외의 신규 소재도 첨가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여러 소재를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사이다토토 배터리의 셀의 두께를 2배로 늘린 T2X 사이다토토를 개발중이다. 셀을 2배로 늘리면 에너지 밀도가 2배로 늘어나지만 생산 비용은 2배미만이 된다. 에너지밀도당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양사 모두 중장기적으로는 건식공정을 중국보다 먼저 상용화해 사이다토토 생산비용을 낮추고자 하고 있다. 기존 습식공정은 배터리 양극 활물질을 액체로 만든 뒤 건조시키는 과정이 필수다. 건식공정은 고체 파우더를 이용해 이 과정을 생략한다. 전체 배터리 제조원가를 15~20% 가량 줄일 수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