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슬 컬처에 대한 복수심위너 토토 시작한 만화…작가는 용감하고 자유로워야"
"한국 독자들에게 제 만화가 '자유를 이야기하는 책'으로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13일 서면 인터뷰로 만난 위너 토토가 지피(본명 잔 알폰조 파치노티)는 그의 신작 그래픽노블 <스테이시>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지피는 이탈리아 출신 작가 겸 위너 토토가로, 2006년에 '위너 토토계의 칸 영화제'로 불리는 앙굴렘 국제위너 토토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2014년에는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트레가상 최종 후보에 올라 위너 토토라는 장르를 예술적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테이시>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 취소 문화)에 대한 지피의 비판 의식에서 시작됐다. 캔슬 컬쳐란 사회적위너 토토 논란을 일으키는 발언을 한 유명인을 망신 주거나 보이콧하는 문화를 말한다.

작품에는 시나리오 작가 '지아니'가 주인공위너 토토 등장한다. 지아니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실수 때문에 직업도 잃고 사회에서 매장당한다. 상처받은 주인공은 내면의 부정적인 감정이 점점 커져 정신 분열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고, '스테이시'라는 상상 속 여인과 기이한 사랑에 빠진다.

지피는 주인공의 이야기에 자신의 경험이 반영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몇 년 전에 한 페미니스트 슬로건을 풍자하는 만화를 그렸는데 SNS에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매장당했다"며 "그때 느낀 불타는 분노와 억울함을 연료 삼아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작중 특정 인물들의 이름을 펜으로 벅벅 그어 지워놓은 것처럼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다. 처음에는 실존 인물들의 이름을 적었지만, 소송에 걸릴 수도 있다는 출판사의 우려에 선택한 방법이다. 저자는 "독자 누구나 저 검열 뒤에 자신의 이름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캔슬 컬처에 대한 복수심위너 토토 시작한 만화…작가는 용감하고 자유로워야"
<스테이시>는 내용을 만화만으로 표현하지 않고 중간 중간에 편지, 드라마 스크립트, 산문 등의 형식을 사용했다. 저자는 "영화는 장면에 따라 음악의 변주를 주면서 분위기를 바꾼다"며 "내 작품도 형식의 변화를 활용해 독자들이 '영화적 경험'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선택한 연출"이라고 설명했다.

작중 주인공은 자신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다시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 과정에서 자기 마음속에 있는 증오, 분노, 충동을 부추기는 악마 같은 새로운 자아가 등장한다. 지피는 "내가 작품을 쓸 당시 느꼈던 복수심이 너무 강해 스스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였다"며 "이때 내가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을 주인공의 악마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지피는 "주인공과 나의 차이점은 자신의 현실을 대하는 방식에 있다"며 "나는 작품을 쓰며 내가 느꼈던 증오가 건강하지 않다는 걸 깨달아 분노를 삼키고 현실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복수심과 증오심으로 시작한 작품은 그의 마음을 치유하는 계기가 됐다. 지피는 "작품을 완성했을 때 처음 느꼈던 분노가 사그라들었고 평화를 찾았다"며 "과거 사건을 계기로 모든 SNS 계정을 삭제했는데, 더 빨리 그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SNS가 예술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피는 "작가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자신의 생각에 충실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사회적으로 비판받을 수도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예술가로서 이런 걱정을 이겨낼 용기가 더욱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