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의 주체'로 언급했을뿐
하청의 단체교섭 대상자론 보지 않아
법률에 없는 의무 이행 안 했다고
형사 처벌땐 '죄형법정주의' 훼손
불법파업 책임 개별 명시?
(2023년 현대車 관련 풀문 토토사이트 판결)
민법이 정한 '연대책임' 부정 안해
분담비율 다를 뿐 근로자 책임 물어
대법 "판례 변경 안했다" 못박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8일 경제 분야 TV 토론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밀어붙일 것인가’라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질문에 “당연히 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가 이미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노란봉투법을 인정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민법·형법 등 기존 법체계와 충돌하고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법안인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업체 근로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인정하고 △근로자가 불법 쟁의행위로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 등이다. 두 가지 사안 모두 관련된 대풀문 토토사이트 판례가 나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후보 발언처럼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인정하는 것처럼 얼핏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디테일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부작위에 대한 모호한 형사 처벌
사용자 범위 확대에 관한 판례를 살펴보려면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일부 직원이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는 폐업 의사를 밝히며 노조활동 중단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이 불응하자 업체는 실제로 회사 문을 닫고 노조 임원과 조합원들을 해고했다. 이후 비노조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업체를 설립했다. 이에 해고된 노조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 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냈고, 중노위는 원청업체인 현대중공업에 구제명령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불복해 소송을 냈고, 1·2심에서 패소하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2010년 3월 현대중공업이 구제명령을 이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현대중공업)는 근로자를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에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노동계는 대법원의 이 판결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아예 법조문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용자의 범위를 정의하는 노조법 2조 2호 개정의 근거가 되는 판례라는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이 판결이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지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성’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비슷한 것 같지만 둘 사이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이광선 변호사는 “부당노동행위라는 적극적인 행동(작위)을 했을 때 받는 처벌과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는 등 부작위(어떤 행동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처벌은 구조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부작위에 대한 처벌은 자신의 의무가 법률에 명시적으로 특정돼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는지 여부는 교섭 안건별로 모두 다르고 전문가도 판단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며 “법률 검토를 거쳐 교섭에 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는데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대법원은 다른 여러 판례를 통해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사용자’를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로 정의해왔다. 하급심도 이 정의를 판결에 적용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가 2017년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청구의 소’를 제기한 사건에서 1심과 2심 모두 ‘원청과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용자성을 부정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계류돼 있다.
◇노조의 불법에 대해서만 연대책임 면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현대차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울산공장 1, 2라인을 불법 점거했다. 이에 약 278시간 동안 공정이 멈춰 섰다. 현대차는 271억원 정도의 고정비 손해가 발생했다며 그중 20억원의 손해배상을 가담자 4명에게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회사의 청구를 대부분 인용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3년 판결에서 “개별 조합원의 책임 비율은 노조 내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등에 따라 달리 판단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노동계는 이 대법원 판례가 노조법 3조 개정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개정안은 ‘배상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명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조계의 생각은 다르다. 대법원 판례는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민법상 손해배상원칙’(부진정연대책임)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개정안은 이를 부정한다는 설명이다. 부진정연대책임이란 ‘공동의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 연대해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말한다.
경영계는 노조법 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만약 100명의 조합원이 불법 쟁의행위에 참여했을 경우 회사가 100명이 발생시킨 손해를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해 사실상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부진정연대책임 원칙이 무너지는 셈이다. 대법원 판례의 취지는 이와 다르다. 회사 측이 100명의 불법 쟁의행위 가담 사실과 손해액만 입증하면 풀문 토토사이트 피고들에게 연대책임을 묻되 책임 비율만 법원 재량으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결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판결 이후에도 기업은 위법한 쟁의행위에 가담한 피고들을 상대로 전체 손해를 입증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부진정연대책임에 대한 기본 원칙을 유지한 것으로,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회사들이 불법파업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실제로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외에는 불법 쟁의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며 “경찰이 노조의 불법 행위를 사실상 방조하는 상황에서 이마저 막아버리면 불법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