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중앙은행(Fed) 이사가 2일 "Fed가 연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추세적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월러 이사는 2일 한국은행이 주관한 '2025 BOK 국제콘퍼런스'에서 "관세 충격이 크지 않고 물가가 목표치(2.0%)에 수렴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월러 이사는 Fed의 대표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지만 올들어 금리인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Fed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연 4.25~4.50%로 인하한 뒤 동결을 이어갔다. 올해 남은 금리 결정 회의는 6·7·9·10·12월에 열린다.

그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추세적 인플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10% 관세를 도입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는 1%포인트가량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수출업체와 미국 수입업체가 이 같은 관세를 내부적으로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수출·수입 기업들이 관세 충격을 내부적으로 흡수할 경우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3%포인트 오르는 데 그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코로나19 때와 달리 노동 부족 현상이 포착되지 않은 데다 관세가 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빚고 있다는 증거도 없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금인상이 수년 동안 이어진 만큼 근로자들이 임금인상 요구할 환경이 아니다"며 "근로자들이 되레 일자리 유지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상승이 임금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쉼 없이 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 소용돌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최근 치솟는 미 국채금리에 대해서는 "미국의 재정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커진 결과"며 "연간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가 2조달러에 이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세 정책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다"며 "그동안 미국 자산 비중을 높여온 만큼 이를 줄여나가려는 해외 투자자들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도구로서 결제수수료를 낮추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며 "은행은 이 같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비우호적이지만, 이들 코인을 운용하는 비결제업체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총재는 "한국은 미국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시각과 시장 환경이 다르다"며 "스테이블코인은 금융안정의 영향을 미치는 만큼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찰스 에번스 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콘퍼런스에서 "미국 통화정책은 금리 조정이라는 단일 채널만으로 물가안정 고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만큼 이미 아주 벅차다"며 "여기에 금융안정 목표까지 추가하면 정책 목표간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안정 등에 대해서까지 금리정책으로 관할하려는 것은 어려운 만큼 물가안정 등에만 집중하자는 분석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