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크로스' 예측 결국엔 빗나가
득표율 격차 커…당 운명 안갯속

이날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는 투표 종료 30분 전인 오후 7시30분께부터 당 상징인 붉은색 점퍼를 입은 국민의힘 솜사탕토토대책위원회 지도부가 속속 도착했다. 입장할 때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은 지도부는 착석한 뒤 두 손을 모은 채 TV 화면만 바라봤다. 일부 선대위 관계자들은 악수를 나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51.7%,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39.3%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순간 개표상황실엔 적막감이 흘렀다. 가장 앞줄에 앉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안철수·나경원 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은 모두 입을 꾹 다문 채 무거운 표정으로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고개를 떨구거나 탄식하는 의원도 적지 않았다. 10여 분 뒤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상현 당 공동선대위원장, 박대출 사무총장, 김기현 의원 등은 상황실을 말없이 빠져나갔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격차를 큰 폭으로 줄였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후보의 아들 관련 의혹과 유시민 작가의 설난영 씨 관련 발언 논란 등이 잇따라 터진 것이 민주당에 적지 않은 악재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선거 결과는 당 지도부마저 당혹스러운 수준이었다.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이 후보가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보수세가 강한 울산, 강원도에서마저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 득표율이 과반을 넘겨 앞으로 국민의힘 입지가 더욱 축소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의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득표율이 나온 것은 그만큼 전 정부와 국민의힘 심판론이 컸다는 의미”라며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득표율 격차가 작아야 향후 정국에서 야당의 견제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데,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출구조사 직후 나 위원장은 방송 인터뷰에서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오차범위 내 열세나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올 줄 알았는데 상당히 많은 차이를 보였다”며 “당내 혼란으로 뒤늦게 선거운동을 시작했고, 좋은 후보를 알릴 시간이 부족했던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슬기/양현주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