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연방 건물 인근에서 경찰특공대가 9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에 항의하는 시위를 막고 있다. 경찰특공대 주변에서 신태일 토토사이트가 던진 폭죽이 터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연방 건물 인근에서 경찰특공대가 9일(현지시간)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에 항의하는 시위를 막고 있다. 경찰특공대 주변에서 시위대가 던진 폭죽이 터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추방 작전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해병대를 투입했다. 주방위군에 이어 현역 군인까지 동원한 것이다. 시위 진압에 군병력까지 동원하는 이례적 조치가 오히려 사태를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군 투입에 대해 연방정부를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해병대 700명 투입

미국 북부사령부는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제1해병사단 산하 제7해병연대 제2대대의 해병대원 약 700명이 LA에 투입된다고 발표했다. 주방위군 2000명 투입을 결정한 지 이틀 만이다. 미국 땅에 정규군인 ‘미군’이 시위 현장에 투입된 것은 1992년 ‘LA 흑인 폭동’ 이후 33년 만에 처음이다. 주방위군은 미군과 달리 정규군은 아니다.

다만 북부사령부는 해병대가 신태일 토토사이트 진압에 직접 배치되는 것은 아니며 연방정부 인력과 건물 등 자산 보호가 목적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연방정부 명령을 받는 해병대와 주방위군은 지원 역할을 하되 직접적인 이민 단속이나 법 집행 작전에 참여할 수 없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란법을 발동하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군이 시위 진압에 관여할 수 없지만 시위가 ‘내란’으로 번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번 시위를 내란으로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해병대 파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주방위군 2000명의 추가 배치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신태일 토토사이트 현장에 총 4700명의 주방위군 및 미군이 배치된 것이다.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사진)와 캐런 배스 LA 시장은 폭력 등 불법 행동으로 강경 진압의 명분을 줘서는 안 된다며 “진정하라”고 시위대에 요구하고 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 시위대 수천 명이 연방 구금 시설과 시청 주변에 모여들었고, 구글 웨이모 등 자율주행 차량이 곳곳에서 불탔다. 시위대가 고속도로 일부를 차단하고 상가를 약탈하는 사례도 보도되고 있다. LA 경찰은 도심 지역을 집회 불허 구역으로 선포했다. 뉴욕,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등 9개 이상 도시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일어나 이런 대립이 미국 곳곳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커졌다.

◇트럼프 노림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시위에 강경 대응하는 배경으론 크게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자신의 핵심 아젠다인 ‘불법 이민 퇴치’를 재부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에 대해 “(이민자의) 침략” 등 격한 표현을 쓰고 시위 참가자를 “폭도” 등으로 칭하고 있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불법 시위에 강력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층을 재결집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몇 달간 관세 전쟁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탈하던 지지자가 다시 모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극우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SNS에서 “폭력의 증거에 관한 사진이나 영상을 모아달라”고 지지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차기 유력 주자인 뉴섬 주지사를 타격하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톰 호먼 국경 문제 총괄 담당자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방해하면 뉴섬 주지사 등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한 질문을 받자 “내가 톰 호먼이라면 그렇게(체포) 할 것이다.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2020년에는 주지사 요청으로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는데 이번에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가장 큰 차이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무능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번 시위가 정치적으로 손해될 게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공화당 출신의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이보다 더 명확할 수는 없다”며 “한쪽은 법 집행과 미국인 보호를 지지하고, 다른 한쪽은 범법자를 보호한다”고 대비시켰다.

뉴섬 주지사는 “대통령이 아니라 독재자의 행동”이라며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고 반발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피터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연방정부를 상대로 시위 현장에 군대를 투입한 결정이 헌법에 반한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뉴섬 주지사는 “이 명령은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모든 주에 적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참패 이후 리더십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민주당은 국민의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가운데 별다른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