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치료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얼핏 관련이 없어보이지만 '유기화학합성'으로 만든 합성물 소재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한 게 공통점이다. 합성물 소재사업의 핵심은 제조사가 원하는 조건에 맞춰 소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정'과 '양산' 노하우다.

유기화학합성 전문기업인 아이티켐의 김인규 대표는 "지난 20년간 500건 이상의 공정 데이터를 데이터베이스화(DB)화해 공정별 세부 노하우를 기록하고 개인의 숙련도를 회사의 자산으로 내재화했다"며 "유사물질에도 적용할 수 있어 의약품중간체나 OLED 소재 외에도 다른 사업에 유연하게 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규 토토사이트 w 대표이사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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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토사이트 w은 김 대표가 회사를 인수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매출 195억원, 영업손실만 58억원을 내는 적자회사였다. 토토사이트 w은 폴더블폰에 투입되는 투명폴리이미드(CPI) 원료 사업을 주력으로 삼아 힘을 실었지만 결국 CPI보다 강화유리(UTG)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회사가 흔들리는 상황이었다. 당시 창업자 등으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김 대표는 이 회사가 비제약사로서는 유일하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제조소 인증(K-GMP)을 갖고 있었던 데 주목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품질 기준에 맞춰 의약품 재료를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가진 의약품 사업과 고부가가치 중심의 OLED 소재 사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전면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은 621억원, 영업이익은 64억원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충북 괴산에 OLED 신규 공장을 지었고 연내 2단계 준공이 예정돼 있다. 의약품 전용 GMP 공장도 설계에 들어간 상태다.
토토사이트 w의 충북 괴산 신공장 전경 / 토토사이트 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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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티켐은 글로벌 제약사의 당뇨병·혈전 치료제에 들어가는 원료를 만든다. 그는 "환자수가 늘고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이기 때문에 매출이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에 납품하는 CDMO가 우리 고객"이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당뇨병 치료제 등에 쓰이기 시작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대표적이다. 그는 "과거 개발한 유사물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연구한 성과"라며 "합성에 필요한 용질·용매를 자체 기술력으로 고부가가치화했다"고 말했다.

관련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게 김 대표 설명이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을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의 최적 생산기지로 보고 있다"며 "전통적으로 중국이 강하지만 미국 정부가 생물보안법(중국 바이오 기업의 미국 내 사업 제한)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중국 의존도가 커지는 걸 꺼리고 유럽은 가격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토토사이트 w은 인수 당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었지만 김 대표가 보기에 잠재력이 컸다. 가동이 멈춰있던 소형 반응기만 봐도 그랬다. 의약품 중간체는 6000mL 이상으로만 수익성이 나온다. 4000mL 이하 설비는 다른 소재를 생산해야 했다.

김 대표는 OLED 소재 사업의 부가가치가 높아 소형 반응기로도 수익성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토토사이트 w이 제조하는 OLED 소재는 유기층에 투입돼 발광효율과 안정성, 수명 등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2020년말부터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54억원을 벌어들이며 첫 매출이 발생했다. 올해는 100억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토토사이트 w의 충북 괴산공장에 설치된 반응기 / 토토사이트 w 제공
토토사이트 w의 충북 괴산공장에 설치된 반응기 / 토토사이트 w 제공
김 대표가 의약품 중간체 사업과 OLED 소재사업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건 내부적인 '손익 판단 기준'을 세웠기 때문이다. 소재 제조는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다보니 원가가 높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손익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김 대표는 "의약품 중간체 사업에 진출할 때도 '이건 하면 망한다'는 내부 반발이 심했다"며 "하지만 '나만 생산하는 것'을 찾다보니 설비가 놀고 있더라"고 말했다.

아이티켐은 반응기 사용률과 투입 인원, 생산조건(압력·온도 등) 등을 변수로 놓고 소재 사업마다 손익 판단 기준을 내부적으로 마련했다. 예전엔 나중에 돈이 들어와야 수익이 나왔는지 판단했지만, 지금은 소재 주문을 받기 전에 미리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김 대표가 적극적인 소재사업 수주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토토사이트 w이 실패한 줄 알았던 CPI 기술도 의외의 분야에서 다시 가능성을 보고 있다. 반도체 칩이 워낙 얇아지다보니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특정 물질로 감싸는 '인캡슐레이션' 이슈가 부각되고 있어서다. CPI는 유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고 강도도 높다. 반도체 봉지재로 주목받는 이유다. 토토사이트 w은 반도체 접착제로 쓰이는 CPI 원료를 국내 화학사에 납품하고 있다.
토토사이트 w의 충북 괴산공장에 설치된 중수 재활용 설비 / 토토사이트 w 제공
토토사이트 w의 충북 괴산공장에 설치된 중수 재활용 설비 / 토토사이트 w 제공
납품 중인 OLED 소재도 고도화하고 있다. 토토사이트 w은 전량 수입 중인 중수를 폐중수에서 뽑아내는 기술을 지난 4년간 원자력연구원과의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이전받았다. 중수는 OLED 휘도와 수명을 높이고 반도체 공정에도 활용된다. 중수 생산 설비도 충북 괴산 신공장에 마련해 양산 능력을 확보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