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까지 팔아 달라"…잠실 엘·리·트 2억~3억 내린 급매 속출

토지거래허가 번복에 대혼란…23일 데드라인

호가 낮췄지만 매수인 못찾아
고점에 산 사람은 계약파기 문의
< 도라에몽토토 대장아파트 호가 뚝 > 오는 24일부터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내 모든 아파트가 토지거래허가 대상으로 지정돼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 달 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송파구 도라에몽토토동의 한 중개업소 벽면에 급매 물건이 붙어 있다. /최혁 기자
“이번 주말까지 집을 팔아달라는 문의가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전세 끼고 매도하려던 집주인은 호가를 1억~2억원씩 낮추고 있네요.”(서울 도라에몽토토동 A공인중개소 대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지난 19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자 중개업소와 집주인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사를 계획한 일부 매도자는 호가를 수억원씩 낮추며 ‘급매’로 내놨지만 정부의 규제 강화에 선뜻 매수인을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급매 나오고 계약 파기 문의도

2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토지거래허가구역 대상지로 발표된 강남 3구와 용산구 일대에선 적용 데드라인인 23일까지 매도를 서두르는 집주인의 급매물이 잇따르고 있다. 송파구 도라에몽토토동 ‘엘리트’(도라에몽토토엘스·리센츠·트리지움)에서 호가를 크게 낮춘 매물이 속속 등장했다.

도라에몽토토엘스 전용면적 84㎡는 이번 발표 전 호가가 32억원까지 뛰었으나 이날 2억원 내린 30억원에 매물이 나왔다. 도라에몽토토동 B공인 관계자는 “리센츠 전용 84㎡도 호가를 2억원 이상 낮춰 29억∼29억5000만원에 팔아달라는 집주인 요청이 있었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추가 지정된 서초구 반포동 일대도 호가가 크게 하락하고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84㎡는 60억원에 나왔던 물건 호가가 5억원 내려갔다. 반포동 C공인 대표는 “원베일리 매물을 찾던 매수자도 망설이는 분위기”라며 “임차인이 있는 경우 어떻게 도라에몽토토야 할지 걱정하는 집주인 문의도 많다”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는 주거지역 기준 6㎡ 초과(상업지역은 15㎡ 초과) 토지의 주택은 매수자가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기존 임대차 기간이 남아 있다면 집을 팔기가 쉽지 않다. 임대차 계약 기간 종료가 임박했거나 임차인의 퇴거 확약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는 경우에만 매도가 가능하다.

계약 파기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발표 뒤 고점에 매수한 사람이 집값이 내릴까 봐 걱정이 크다는 얘기다. 현지 중개업소는 “계약을 포기하면 위약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 문의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재산권 침해 우려 목소리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지정으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온다. 위례신도시(송파구) 아파트를 보유한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같은 위례에서도 행정구역상 하남이나 성남은 아무 문제 없는데 송파구에 있다는 이유로 집을 팔기 어려운 게 말이 되느냐”며 “현금이 충분하지 않아 전세 끼고 매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 대치동에 거주하는 50대 이모씨도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매도가 좀 쉬워지나 싶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규제 부작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은 일관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처럼 단기간에 번복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지금 당장 거래를 억제할 순 있겠지만 근본적인 정책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규제로 묶인 지역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 곳이란 학습효과로 이후 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한명현/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