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그룹 오마이걸 효정, 펜타곤 진호가 창작가무극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으로 겨울의 끝을 따뜻하게 물들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효정과 진호는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두 번째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20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내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났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은 천선란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경마를 위해 만들어졌으나 연구원의 실수로 학습용 휴머노이드 칩을 갖게 된 '기수 휴머노이드' 콜리, 콜리의 말 투데이, 과거 3%의 생존확률로 화재현장에서 살아남아 두 딸 연재와 은혜를 키우는 보경, 마방에 휠체어를 타고 와서 안락사를 기다리는 투데이를 지켜보는 은혜, 전 재산을 털어 폐기처분을 앞둔 콜리를 사오는 연재까지 이들의 모습을 통해 기술과 감정이 어떻게 얽히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지, 인간적인 본질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지난해 5월 초연된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은 가슴 찡한 메시지와 함께 다채로운 LED 패널을 활용한 무대미술 및 퍼펫, 로봇 등을 결합한 무대로 화제를 모았다. 뜨거운 호평 속에서 1년도 안 돼 재연에 돌입하게 됐다.

초연을 이끈 주역이었던 효정과 프랑스 토토사이트는 재차 무대에 선다. 프랑스 토토사이트는 콜리 역을 맡았고, 효정은 로봇 연구원 면접에서 탈락한 후 방황하는 연재 역을 소화한다.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효정에게 '천 개의 파랑'은 뮤지컬 데뷔작이었다. 걸그룹으로 오랜 시간 활동해 온 그는 "팀 활동에 집중했었다. 기회가 온다면 뮤지컬은 꼭 하고 싶었다. 운 좋게 '천 개의 파랑'을 만났고, 자유롭게 노래하면서 또 다른 행복과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연재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연구했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캐릭터에 더 깊숙이 몰입하게 됐다고도 했다. 효정은 "무대를 한번하고 나니까 연재 입장에서 생각하게 되는 게 있더라. 각 인물을 대할 때의 감정 변화에 신경을 썼다. 재연에서는 더 다양한 연재의 감정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처음 작품 제안을 받았을 때부터 운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연재와 닮은 꼴의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효정은 "원작 소설을 3일 만에 다 읽었다. 책을 잘 못 읽는 편인데 이건 술술 읽히더라. '책알못'도 잘 읽히는 책이라면 뮤지컬도 누구나 잘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재는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잘 못 하고 가족 안에서 결핍이 있는 친구다. 처음엔 내게 왜 이런 역할이 들어왔는지 의아했는데, 사실 나도 연재와 같이 어렸을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12살 때 아빠가 돌아가셨다. 어떻게 보면 운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효정은 "연재네 가족처럼 우리도 아빠 이야기를 안 한 지 8년 정도 됐다. 어쩌면 나에게 있는 약간의 결핍이 연재와 비슷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걸 꺼내는 방법을 잘 몰랐는데, 연재를 연기하면서 '조금은 꺼내 봐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천 개의 파랑'을 완성해 나가는 데에는 진호도 큰 힘이 됐다고. 아이돌 선후배 관계인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 비로소 친해졌다며 웃었다. 효정은 "낯설어 할 때마다 진호 오빠가 긴장을 많이 풀어줬다. '하고 싶은 대로 표현해라', '잘하고 있다' 등의 말을 해줬다. 오빠가 노래를 워낙 잘하니까 '오늘 소리 왜 이렇게 좋아'라고 말하기도 하더라. 그런 콜리가 있어서 든든하고 편했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어 "콜리라는 인물에 대해 나도 모르게 정이 쌓이더라. 무대를 하면서도 콜리가 귀엽고 따뜻해 보이는 순간들이 있다. 가끔 그게 진호오빠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더 친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진호는 "평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뮤지컬 연습할 때 배우들끼리 '잘한다', '못한다' 등의 얘기를 웬만하면 숨긴다. 그런데 효정 씨가 밝지 않냐. 밝은 표정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하니까 안 도와줄 수가 없더라"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평가하기보다는 좋은 점을 계속 얘기해 줬다. 내가 원래 보컬 트레이너이다 보니까 소리도 다 알려줄 순 없어도 좋았던 날은 '좋았다', '그대로 가면 될 것 같다' 정도로만 이야기했다. 좋은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 주연을 맡은 펜타곤 진호 /사진=서울예술단 제공
2017년 '올슉업'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해 이후 '아이언 마스크', '여신님이 보고 계셔', '태양의 노래'까지 꾸준히 무대에 서 온 진호도 초연에 이어 재연까지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태양의 노래'에서 만난 김한솔 작가와의 인연으로 '천 개의 파랑'에 합류해 두 시즌 연달아 도맡게 됐다. 진호는 "1년 만에 재연하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참여할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퍼펫 연기를 소화하는 그는 "사실 퍼펫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다. 연습실에서는 종이 인형을 썼는데, 실제 로봇은 생각보다 엄청나게 디테일하고 10kg 정도로 무거웠다"면서 "동기화하는 게 어렵더라. 실제 퍼펫티어 분들과 같이 움직이는데 서로 간에 약속이 정말 많다. 거의 군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재연에서 발전된 부분으로도 퍼펫 연기를 꼽으며 "퍼펫이랑 조금 더 친해졌다. 이전보다 동기화가 됐다고 생각하실 것"이라며 웃었다.

'천 프랑스 토토사이트 파랑'은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속에서 소외되거나 외면받는 이들의 문제를 세밀하게 조명하며 그들의 삶에 대한 존중과 이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인의 이동권, 동물의 존엄성, 기술 발전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재연을 준비하는 동안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를 체감했다는 이들에게 기술의 진보가 직업적으로 불안함을 주진 않냐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진호는 "변화를 가까이서 느끼긴 하지만 무대 위에서 살아있는 감정을 연기하는 직업까지 AI로 대체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면 효정은 "언젠가는 가수도 AI로 대체될 가능성은 있는 것 같다. 어쨌든 필요한 부분이 있으니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라면서 "나중에 내가 세상에 없을 때 날 구현할 수 있는 게 AI고, 결국 다시 사람들을 웃게 해주고 그걸 통해 날 떠올리게 해준다면 너무 좋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두 사람은 "'천 개의 파랑'은 따뜻한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진호는 "이 작품의 최대 수혜자는 나"라면서 "(MBTI가) ISTP다. 표현을 정말 못하고 평소 성격도 딱딱한데 콜리가 그렇다. 하지만 콜리는 점점 표현도 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마음을 열게 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꼈을 거다. 그런 콜리를 연기하다 보니까 나도 사람들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말 거는 게 편해지더라. 그래서 내겐 이득"이라면서 폭소했다. "실제로 좀 밝아졌다는 말을 들었다"라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여러 차례 벅찬 감정이 들었다는 이들은 "마음이 훈훈해지는 작품", "힘든 일이 많은 요즘 들려드릴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라며 작품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당부했다. '천 개의 파랑'은 오는 22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하며 내달 7일까지 공연한다.

김수영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