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주요 금융회사의 주주환원율 격차가 1년 새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이 주주환원의 근간이 되는 자본비율 관리에 매몰돼 성장판이 막힌 만큼 밸류업에 앞서 관련 제도 정비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밸류업 가동에도 벌어진 격차

4대 사설토토 주주환원율 37%…美의 절반 수준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주환원율(작년 말 기준)은 37.8%로 나타났다. 주주환원율은 전체 순이익 중 배당, 자사주 소각·매입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는 비율을 뜻한다. 지난해부터 시행된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1년 새 4대 금융의 주주환원율은 2.5%포인트 상승했다.

신한사설토토이 40.2%로 국내 주요 사설토토그룹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KB(39.8%) 하나(37.8%)가 그 뒤를 이었다. 지방 사설토토그룹 중에선 iM사설토토(옛 DGB사설토토)이 37.7%로 우리사설토토(33.3%)보다 앞섰다. 밸류업을 위해 각 사설토토지주가 발 벗고 나서며 전년 대비 각각 2~9%포인트 환원율이 뛰었다.

하지만 미국 주요 금융사와의 격차는 더 벌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주요 대형 은행이 3년 만에 최대치인 1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환원에 나서면서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S&P캐피털IQ에 따르면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 웰스파고 등 4곳의 작년 평균 주주환원율은 83.8%에 달했다. 배당금 등을 대폭 늘린 웰스파고는 작년 주주환원율이 130.2%였다. 업계에선 “미국 주요 금융사가 호실적을 바탕으로 트럼프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에 대대적인 주주환원에 나선 것”이라며 “국내 금융지주들이 2027년 50% 수준의 주주환원율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해외 투자자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성장판 안 닫히려면 제도 정비 시급”

국내 금융지주들이 자본비율 유지를 위해 위험자산(RWA) 관리에 매몰돼 성장판이 닫히는 딜레마를 해소하려면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위험자산을 줄이려면 공격적인 대출이나 투자를 할 수 없는 구조”라며 “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는 위험이전 거래(SRT) 등 위험자산을 줄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SRT는 비우량 대출을 투자자에게 매도하는 거래 방식이다. 은행 등 금융사는 자본비율을 갉아먹는 비우량 대출을 넘겨 RWA를 낮춰 자본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가장 먼저 SRT 제도를 도입한 유럽은 한 해 시장 규모가 1550억유로(약 250조원·2023년 기준)에 달한다.

일각에선 보여주기식 단기 처방으론 진정한 밸류업을 이뤄낼 수 없다는 비판도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저평가받는 핵심 이유는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단발성에 그치는 주주환원책 때문”이라며 “단기 이벤트로는 지속 가능한 밸류업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