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장.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Q. 주주환원 시대에 수혜주로 떠오르기 위한 조건은?
밸류업 정책과 함께 주주환원 시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시기 중견 및 일부 중소 상장랜드토토들이 주요 수혜주로 부각될 것입니다. 이들 랜드토토들은 주주환원, 자사주 매입과 소각, 성장전략 등 자본 재배치와 관련한 정보 공시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자본주의의 질적 발전의 핵심은 주주환원입니다. 이를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은 자본 재배치입니다. 자본 재배치는 기업의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 가장 큰 변화를 동반합니다. 현재 한국은 50년 이상 산업화 이후 기업의 세대교체가 집중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다수 대기업의 경우 이미 승계가 완료되어 2~3세 경영자로 바뀌었고, 일부 대기업은 4세 경영에 접어들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완료했기에 지배구조 변화의 여지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은 다릅니다. 이들 기업 다수는 향후 10년 안에 세대교체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중견·중소기업에 주목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세대교체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기업입니다. 과거에는 기업 승계를 위해 일감 몰아주기, 분리형 BW, CB 리픽싱 등 다양한 편법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법적·제도적 정비로 인해 이러한 방식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습니다. 결국 증여·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배당 확대가 필연적입니다. 이는 한두 해로는 부족하며, 5~10년 단위로 준비해야 하기에 실제로 많은 기업의 배당 성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대교체가 완료된 후에는 세금 부담으로 인해 낮아진 지분율을 회복하기 위해 다음 세대 경영자는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이들은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기 마련이기에 비영업용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산 효율화도 병행하게 됩니다. 물론 세대교체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랜드토토 스스로 자본 재배치를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고자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린다면 이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자산가치와 수익가치가 모두 풍부한 기업도 주목해야 합니다. 강력하고 지속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수익을 잘 내는 것뿐 아니라 경기침체나 금융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순유동자산 중심의 자산가치가 시가총액 대비 충분히 커야 합니다. 한국 기업이 이익잉여금과 자산이 큼에도 불구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수십 년간 극복하지 못한 것은 결국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기업의 현금흐름과 순유동자산이 주주의 권익, 즉 수익배분권과 연결되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위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동시에 해당 기업의 주주환원 성장률이 크고 의미 있는 배당수익률 혹은 총주주환원수익률로 실현되어야 합니다. 자산가치가 풍부하고 수익가치가 높은 기업이 지배구조 변화 혹은 능동적 자본 재배치를 통해 주주환원을 강화하면 주주들의 주당가치(BPS)가 상승하는 기업이 재평가받는 시대가 도래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업들이 바로 ‘주주환원 성장 모델 기업’에 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