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올림피아토토 생산의 58.1% 차지
충남테크노파크 혁신공정센터 개소
국내 최초 검증·시제품 제작 전주기 실증
OLED 공정·시험평가 장비 65대 구축
"기술 자립·상용화로 세계시장 선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디스플레이산업은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의 33.1%를 점유하고 있다. 충남은 국내 디스플레이 생산액의 58.1%, 세계 시장 점유율 19.4%를 차지한다. 충남 아산에는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1위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전후방산업 중소기업 200여 개가 몰려 있다. 충남이 세계 디스플레이산업 메카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 우위를 점한 우리나라는 현재 위기에 놓였다. 한·중 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어서다.
BOE, CSOT 등 중국 올림피아토토 기업들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넘어 지난해부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도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한국산 중소형 OLED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9%로, 처음으로 중국산(49.7%)에 역전당했다. 중국의 맹추격으로 기술 격차가 1~2년 정도로 좁혀졌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 올림피아토토 전주기 실증 인프라 구축
국내 기업들이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세계 무역전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기업 투자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가운데 충남 천안에 정부와 지자체가 주도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산업을 선도할 국내 최초 디스플레이 전주기 실증 인프라가 들어섰다. 충청남도는 충남테크노파크(충남TP)에 초격차 디스플레이 연구 및 제조를 위한 핵심 기지를 건립하고, 기업 지원을 본격화한다고 27일 밝혔다. 2018년 10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차세대 디스플레이 혁신공정 플랫폼 구축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지 6년7개월 만이다. 디스플레이 혁신공정센터는 지상 4층, 지하 1층의 연면적 1만3320㎡ 규모로 1598억원이 투입됐다.
올림피아토토 혁신공정센터가 대기업 연구소 수준의 최첨단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충남TP 공정개발센터 연구원이 클린룸에서 OLED 공정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강태우 기자
혁신공정센터는 대기업 연구소 수준의 최첨단 설비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OLED 공정에 필요한 장비 31대를 비롯해 시험분석평가 장비 25대, 원료 공급에 필요한 케미컬 장비 9대 등 총 65대(63종)를 갖췄다. 차세대 올림피아토토 개발 핵심 장비인 박막 결정화 및 박리레이저 시스템과 포토 트랙 시스템 등 대당 40억~60억원대의 고가 장비는 물론 박리기, 식각기, 세정기, 증착기 등 필수 연구개발 장비들로 구성됐다. 혁신공정과 모듈 공정, 플렉시블 공정, 공정검사 및 계측기, 패널 설계 장비 등 제품을 양산할 수 있는 수준의 풀 공정 라인을 구축한 시설은 대기업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유일하다.
◇ 기술·성능 검증, 시제품 제작·상용화
충남TP는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제품 상용화를 지원할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혁신공정센터의 첨단 장비를 활용해 기업, 대학, 연구소를 대상으로 시제품 제작 및 성능 검증에 나선다. 기업이나 기관 등 수요처가 요청한 특정 공정의 기술 검증을 통해 결과물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품 성능 검사 결과를 정확한 데이터로 만들어 신뢰성을 높이고, 관련 기업들의 제품 상용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시험평가 장비를 활용한 기업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구조 영상 및 표면화학 분석, 전기광학, 소재·재료·물성, 제품 신뢰성 시험 장비로 기업, 대학, 연구소 등 산학연과 시험 평가 및 공동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국가기술표준원 산하의 코라스(KOLAS) 국제 공인시험기관의 인증, 시험평가 서비스 고도화(단순 시험에서 컨설팅 서비스로 확장), 수요 기반의 신규 장비 구축 등 서비스 범위도 확장한다.
디스플레이 전문 인력 양성 사업도 본격화한다. 충남 지역 대학의 공학계열 학부 및 석박사와 전직 연구원 등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아카데미 교육을 운영한다. 디스플레이 기본·심화 교육부터 실습형 교육,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맞춤형 특화 교육, 기업 연계형 인턴십 및 채용 연계형 교육을 진행한다.
◇ 대기업 협업 및 기술 인력 확보는 과제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대기업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대기업은 기술 보안 문제를 이유로 핵심 기술을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관과의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보안 규약을 마련해야 한다. 기술 검증 결과를 대기업에 반영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야 한다. 중소기업과의 기술 연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보완·검증, 장비 활용 교육, 파일럿 공정 지원, 기술의 사업화 및 판로 개척, 수요·공급 기술 매칭을 위한 데이터 플랫폼 조성 등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정책 및 지원제도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충남TP에 건립한 올림피아토토 혁신공정센터. 강태우 기자
충남TP는 중소기업을 위한 장비 및 공정 검증, 성능분석 리포트 제공, 공동개발 컨설팅 지원을 비롯해 검증된 기술 구매를 위한 대기업과의 협력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차세대 올림피아토토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장비 투자 및 공정 표준화, 공공기능과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 창출, 실증센터 연계형 연구개발(R&D) 과제도 추진한다.
정병화 충남TP 디스플레이 혁신공정단 단장은 “공정 실증, 기술 검증, 사업화, 판로 지원으로 이어지는 ‘연계 생태계’ 구축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초격차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서규석 충남TP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충청남도, 충남TP 등 정부와 지자체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기술사업화를 이룰 수 있도록 협력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