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 D램 수출이 4개월 연속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22일 대체데이터 플랫폼 와이즈 토토에이셀(Aicel)에 따르면 범용 D램의 잠정 수출금액은 이달 1~20일 기준 2조685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5% 늘어났다. 3월 27.8% 뛰어오른 뒤 4개월 연속 20% 넘는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복합구조칩(MCP) 수출은 제외한 금액이다.
월가에서는 주요 반도체업체의 구형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생산 중단 결정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을 의식한 구매자들의 재고 비축, 반도체 생산능력 투자의 HBM 쏠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용 D램 와이즈 토토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등 반도체업체 주가의 핵심 변수인 범용 D램 시장이 ‘반짝’ 호황을 넘어 내년부터 장기 회복 사이클에 올라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작년 9월 반도체 업황의 ‘겨울 진입’(winter looms)을 경고한 모건스탠리는 “복합적 이유로 과거 하강 사이클과 비교해 이례적인(unusual)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강세장이 올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낙관적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주가가 경쟁사에 뒤처진 HBM 사업 진행 상황보다 전통적 제품 수급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반도체 기업 평가 잣대로) HBM보다 범용 D램 시장을 선호한다”며 사이클 변화를 주시해왔다.
DDR4 16Gb 와이즈 토토, 4주새 100% 넘게 올라 구형 단종·관세 우려에 재고 비축 늘어난 영향
범용 D램 와이즈 토토이 거시 경제 불안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웃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과 구형 제품 단종에 대비하기 위한 재고 비축 수요가 제품 와이즈 토토 동반 상승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기존 ‘반도체 시장 장기 침체 전망’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구형 공급 부족이 촉발
22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구형 D램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주요 제품 가격은 최근 몇 주 사이 20% 넘게 상승했다. ‘DDR4 16Gb (1Gx16) 3200’ 현물 가격은 지난 20일 개당 평균 11.5달러로 지난달 23일 5.6달러에서 4주 만에 100% 넘게 올랐다. 구형 제품의 가격 강세는 신형 제품으로 옮겨붙고 있다. 신형 노트북에 들어가는 ‘DDR5(2G×8) 4800/5000’ 현물 평균 가격은 같은 기간 5.5달러에서 6.0달러로 9% 상승했다.
범용 D램 와이즈 토토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전방 수요 침체로 급락하다가 올 4월부터 본격 반등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반도체 3사가 DDR4 생산 중단을 결정하고, 미국발 관세 부과를 앞둔 PC와 정보기술(IT) 장비 제조사들이 재고 비축에 공격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그 덕분에 범용 D램 수출 증가율은 지난 2월에 전년 대비 15.7%까지 떨어졌다가 3월 27.8%, 4월 38.0%, 5월 36.0%, 6월 1~20일 25.5% 등 4개월 연속 20%를 훌쩍 넘겼다.
트렌드포스는 범용 D램 가격이 3분기에도 18~23%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렌드포스는 “DDR4 공급이 빡빡한 상황에서 구매자의 수요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며 “가격이 더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이클에 이례적 변화”
반도체 시장 전문가들은 범용 D램 업황의 하강 사이클 한가운데서 나타난 이례적인 회복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제품 가격 반등은 ‘범용 D램 사이클이 급격히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주요 반도체업체의 내년 이후 이익 증가 기대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반도체산업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도 지난 13일 “이번 사이클은 (비교적 작은) 하락 폭과 저점까지의 기간(이 짧다는) 측면에서 이례적일 수 있다”며 “거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선제 수요, 인공지능(AI) 관련 수요, 구형 제품 단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6년 상반기로 가면서 업황이 바닥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이전보다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범용 D램 수출 증가율은 최근 10여 년 동안 약 4년 주기로 상승·하락 사이클을 그렸다. 최근 호황의 고점은 작년 여름이다. 모건스탠리는 작년 9월 ‘겨울이 오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본격적인 불황 진입을 경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 회복 관심
범용 D램 와이즈 토토의 반등은 삼성전자 주가에 다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고성장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참여 지연으로 SK하이닉스 등 경쟁 업체 대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올해 들어 주가는 12.9% 반등했지만 최근 1년 기준으로 27.0%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들어서만 50.7% 상승했다.
JP모간은 삼성전자 주가 상승 동력과 관련해 “경쟁사에 뒤처진 HBM 사업 진행 상황보다 전통적인 제품 수급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범용 D램 가격 상승은 올해 2~3분기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실적 개선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실적을 가장 먼저 발표해 업계 ‘풍향계’로 불리는 마이크론은 회계연도 3분기(3~5월) 성적표를 오는 25일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