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 날 갑자기 세무조사 통보서를 받는다면 어떨까? 예전에는 담당 공무원이 여러 정황을 종합해 "이 업체는 한번 들여다봐야겠다"고 판단했다면, 이제는 컴퓨터가 먼저 손을 든다. "이 사업자, 위험도 85점입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하겠습니다."

2024년 10월 15일 국세청이 발표한 소식은 세무행정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된 탈세적발시스템을 본격 구축하고, 정기on game 토토사이트 대상자 선정에 적극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2월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법인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에서 개인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로 확대하고, 정기on game 토토사이트뿐 아니라 비정기on game 토토사이트까지 AI의 영역으로 넓히겠다고 했다.

이미 국세청은 2023년부터 '지능형 사전분석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AI 기반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 선별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거래 흐름부터 매출 변동, 신고 패턴까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on game 토토사이트 대상을 자동으로 추출한다. 지난해에만 1,800만 사업자의 재무제표와 신고서를 들여다봤다니, 그 규모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다.

효율성 면에서는 분명 혁신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이것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일까?

블랙박스 속 숨겨진 논리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는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다. 납세자의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행정행위다. 그렇기에 적법한 절차를 따라야 하고, 납세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해서는 안 된다. on game 토토사이트권 남용을 막고 납세자가 예측할 수 있는 기준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AI 선별 시스템의 작동 원리는 베일에 싸여 있다. 세무조사 통보서에는 '위험분석 결과'라는 추상적 표현만 있을 뿐, 어떤 데이터가 어떤 기준으로 그 납세자를 위험하다고 판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마치 "컴퓨터가 그렇게 말해서요"라고 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는 행정절차법이 요구하는 이유제시 의무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조세법률주의와 납세자 권리보호 원칙에도 어긋난다. 더 심각한 문제는 AI가 과거의 편향된 데이터를 학습했을 가능성이다. 특정 업종이나 영세사업자가 과거에 많이 on game 토토사이트받았다면, AI는 이를 '정상적인 패턴'으로 학습해 동일한 집단을 반복해서 on game 토토사이트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김영민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런 우려를 명확히 지적한다. 그는 "세무조사 대상 선정 알고리즘이 블랙박스로 작용하면, 납세자에게 부과되는 행정작용의 정당성 검증이 불가능해진다"며 "AI 보조는 가능하지만, 인간의 최종 판단 개입과 선정 사유 공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해외는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 국세청(IRS)은 이미 AI 기반 선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이 다르다. AI가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사람이 최종 on game 토토사이트 결정을 내리며, 납세자에게 사유를 설명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놓았다. 독일은 한 발 더 나아가 '알고리즘 감사제'를 도입했다.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을 갖춘 모델만 사용하며, 납세자는 언제든 사전이유제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기술의 효율성을 인정하면서도 절차적 정당성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AI는 도구일 뿐, 최종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원칙을 지킨다.

기술과 정의 사이에서


AI는 분명 빠르다. 하지만 법은 신중해야 한다.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를 받는 납세자에게는 그것이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특히 영세사업자나 개인사업자에게는 더욱 그렇다.

AI 알고리즘이 세무행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더 분명한 이유제시가 필요하다. 더 투명한 선정 기준이 필요하고, 더 확실한 권리 구제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조세행정의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다. 디지털 혁신의 물결 속에서도 조세정의와 절차적 공정성이라는 기본 가치를 잃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조세법의 기본 원칙을 다시 정비하고, 기술과 정의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세무조사 통보서를 받은 납세자가 "왜 나인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있을 때, 비로소 AI 시대의 세무행정이 진정한 발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AI가 고른 세무on game 토토사이트... 왜 나였을까? [린의 행정과 법률]
설미현 법무법인 린 변호사 ㅣ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 후 제 2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2009년 국세청에 입사한 이래 국세청 개인납세국 부가가치세과,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on game 토토사이트국 및 송무국, 일선 세무서 재산세과, on game 토토사이트과, 개인납세과 등에서 근무하면서 조세행정의 이론과 실무를 두루 섭렵했다. 이화여대에서 국제조세에 관한 논문으로 조세법 분야 전문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25년 3월 법무법인 린의 파트너 변호사로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