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교·안보 고민하는 李 alt=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캘거리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공동취재단">
< 외교·안보 고민하는 李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캐나다 캘거리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왼쪽), 김태진 외교부 의전장(오른쪽)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공동취재단
대통령실은 22일 이재명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불참 이유로 국내 현안과 급변하는 중동 정세를 꼽았다. 국내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민생경제 회복에 전력해야 하는 과제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중동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런 상황일수록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와의 정상외교를 통해 국가안보는 물론 방산·원전 등 강점이 있는 산업 분야의 수출 확대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 불참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정부는 당초 이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전제로 각종 준비를 해왔다. 정부 외교안보라인은 이 대통령의 발언 및 양자 정상회담 등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의 정상외교 복원을 알리고, 국제무대에서 이 대통령의 존재감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 대통령은 NATO 정상회의 참석에 부정적이었지만, 취임 이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외교안보 라인이 참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기류가 바뀌었다”며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점을 국제사회에 재확인시키고, 유럽 및 북미 국가 정상들과 교류를 쌓겠다는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1일(현지시간)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이런 상황에 이 대통령이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를 찾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는 의견이 대통령실 내부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 내내 중동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큰데, 이 대통령이 섣부르게 답하는 게 부담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불투명한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정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한 만큼 집권 초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이유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인력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회의 체계 등 아직 미비한 게 많다”며 “내각도 정리되지 않았고, 인선 문제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현안에 대해 빠르게 판단해 대응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여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이 대통령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 불참을 외교 노선 변화로 인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참석해 3년 연속 동참해 온 NATO 정상회의에 새 정부가 불참을 결정하면서 ‘눈에 띄는 부재(conspicuous absence)’를 국제사회에 드러낼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과 함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에 초청받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예정대로 참석한다. 다만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불참하고 국방부 장관을 대신 참석시킨다.

이 대통령의 토토사이트 계정탈퇴 정상회의 불참으로 러시아·중국을 상대로 ‘실용외교’를 펼 때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태형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 중국과의 협상을 위해서라도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게 오히려 우리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한재영/김형규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