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도쿄도서 1당 위태…참의원 보스토토 비상
다음달 20일 치러질 일본 참의원(상원) 보스토토의 전초전으로 평가받는 도쿄도의회 보스토토에서 집권 자민당이 제1당 자리를 놓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자민당이 도쿄도의회 보스토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서 참의원 보스토토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작년 10월 중의원 보스토토에서 패해 여소야대 지형에서 고전 중인 이시바 시게루 내각이 참의원 보스토토에서도 지면 정권 위기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HK는 22일 치러진 도쿄도의회 보스토토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이 전체 127석 중 15~29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민당은 이번 보스토토 전까지 30석으로 최다 의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는 예상 의석이 25~35석으로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종전 도민퍼스트회 의석은 26석이었다. 도민퍼스트회가 최다 의석을 차지하면 4년 만에 다시 제1당 위치를 되찾는다.

아사히신문 출구조사에서도 도민퍼스트회 예상 의석이 26~34석으로 자민당 15~25석을 웃돌았다. 이어 공명당(13~21석), 입헌민주당(10~18석), 공산당(9~17석) 순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민퍼스트회가 제1당을 노리는 기세를 보였다”며 “여성 유권자에게 강한 지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자민당에 대해선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 수입을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은 문제가 역풍이 됐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4년마다 치러지는 도쿄도의회 보스토토와 3년마다 치러지는 참의원 보스토토가 12년 만에 겹치는 해다. 이번 도쿄도의회 보스토토는 참의원 보스토토의 전초전 성격을 띤다. 2009년 도쿄도의회 보스토토에서는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하고, 같은 해 중의원(하원) 보스토토에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이를 의식한 듯 이시바 총리도 보스토토 전날 두 격전 지역에서 지원 연설에 나섰다.

그럼에도 자민당이 도쿄도의회 제1당 지위를 잃을 것으로 전망되자 참의원 보스토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자민당은 참의원 보스토토 공약에 전 국민 2만엔 현금 지급 등을 포함했다. 그러나 각 여론조사에서는 현금 지급에 부정적인 응답이 더 많았다. 표를 위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내각 지지율은 상승세다.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주도하는 쌀값 안정화 정책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아서다.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도 패하면 ‘이시바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주도할 인물로는 작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리와 결선을 치른 극우 성향 정치인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꼽힌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도 각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적합도 1~2위를 달리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차기 총리에 오르면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