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이 한국 수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올해 방위산업 제품 수출 실적이 2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세계 방위산업 4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한국의 방산의 수출 대상국은 2022년 폴란드 등 4개국에 불과했지만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12개국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수출 품목도 자주포와 훈련기 등에서 방공시스템과 다연장로켓 등으로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아시아 각국에서 국산 무기 구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며 “폴란드와 K-2 전차 수출 이행계약을 마무리하는 등 미뤄진 계약이 체결되면 연간 방위산업 수출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AI가 양산에 돌입한 국산 차세대 전투기 KF-21.  KAI 제공
KAI가 양산에 돌입한 국산 차세대 전투기 KF-21. KAI 제공

◇ KAI, 필리핀 FA-50 1조원 토토사이트 즐벳

K방산은 올해 들어서도 순항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더해지는 등 글로벌 안보가 불안해지자 각국이 군비 확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 3일 필리핀 국방부와 7억달러(약 1조원) 규모 국산 경공격기 FA-50PH 12대 토토사이트 즐벳 계약을 체결했다. 필리핀 공군이 2014년 FA-50 12대를 도입한 이후 각종 훈련과 실전 경험으로 기체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한 덕분으로 풀이된다.
 K2 흑표전차가 전차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한경DB
K2 흑표전차가 전차포 사격을 하고 있다. 한경DB
길베르토 테오도로 주니어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 3월 석종건 방사청장을 만나 “FA-50은 필리핀 공군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고, 우리는 한국 방산 기술을 깊이 신뢰한다”고 말했다. KAI는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기체를 인도하기로 했다. FA-50은 KAI와 록히드마틴이 공동 개발한 고등훈련기 T-50을 기반으로 개발돼, 미국 F-16의 약 80%에 준하는 성능을 가진 합리적인 가격의 전투기로 평가받고 있다. KAI는 FA-50을 지속적으로 개량하고 있고, 단좌형 전투기 버전도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이 실해역에서 무인수상정 군집기동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실해역에서 무인수상정 군집기동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KAI는 국산 차세대 전투기인 KF-21의 양산에도 돌입했다. KF-21은 시제 6호기까지 안정적으로 시험비행을 진행 중이며 마하 1.8 최고속도 돌파, 공중급유, 공대공 미티어 미사일 유도발사 등 각종 시험을 성공시키며 완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 공군과 초도 물량 양산 계약을 체결했고, 양산 1호기는 개별 생산된 동체와 날개 등을 결합해 최종 조립 단계에 돌입했다. KF-21은 2026년 하반기부터 납품돼 2028년까지 20대가 공군에 인도돼 노후 기종인 F-4와 F-5를 대체할 계획이다. 국방부와 KAI는 KF-21 추가 양산 계약도 추진 중이다.

◇ K-2 폴란드 2차 계약은 ‘사상 최대’

한국 방산의 효자 상품인 자주포와 전차 등 기갑 장비도 선전하고 있다. 현대로템 K-2 ‘흑표’ 전차의 폴란드에 대한 180대 2차 공급계약은 이달 말께 체결될 전망이다. 수출 금액은 60억달러(약 9조원)로 1차의 약 두 배다. 개별 방산수출 가운데 사상 최대가 될 전망이다. 1차와 수출 대수는 동일하지만 현지생산 때문에 비용이 올라가고, 기술이전과 유지·보수·정비(MRO) 비용 등이 추가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180대 중 117대를 직접 생산해 납품하고 나머지 63대는 기술이전 등을 통해 폴란드 현지 생산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에선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다연장 로켓 천무 72대(약 2조2000억원)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루마니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 운반 장갑차 36대를 공급하는 1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작년 7월 체결했다. 베트남과의 K-9 자주포 수출 협상도 막바지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이 실해역에서 무인수상정 군집기동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이 실해역에서 무인수상정 군집기동 성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시스템 제공
한국형 방공 미사일 천궁-Ⅱ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중동 3국에 약 12조원어치나 수출됐다. 천궁보다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도 개발해 수출을 추진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천궁과 천궁-Ⅱ는 물론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의 다기능 레이다(MFR) 등을 개발·공급에 참여했다. 한화시스템은 ‘한국형 사드(THAAD)’로 불리는 L-SAM-Ⅱ의 개발 사업에도 합류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협력사들도 발 빠르게 K방산 붐에 올라타고 있다. SNT다이내믹스는 지난달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5)’에서 ‘상륙작전용 소형전술차량(LTV) 탑재형 120㎜ 자주박격포체계’와 ‘포열 20㎜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등을 선보였다. 이 업체는 2023년 튀르키예 방산업체 BMC에 2억유로(약 3000억원) 규모의 알타이 주력전차(MBT)용 1500마력 자동변속기를 수출했다. 한화에서 독립한 코리아디펜스인더스트리(KDI)는 최근 체코 브르노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보안기술 박람회(IDET 2025)에 참가해 230㎜급 로켓탄, 신관류, 드론 및 드론탄 등 주요 제품을 소개하며 현지 방산 관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