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서울 신촌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알파벳 토토를 들고 투표소 밖에 줄을 서 있다. /사진=YTN 영상 캡처
29일 서울 신촌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가 알파벳 토토를 들고 투표소 밖에 줄을 서 있다. /사진=YTN 영상 캡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29일 “사전투표 과정에서 관리상 미흡함이 있었다”며 “통제가 완벽하지 못했던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공식 사과했다. 이날 서대문구 신촌동 주민센터 사전투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투표용지와 회송용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데 따른 것이다. 2022년 대선 당시 사전투표 용지를 소쿠리, 라면 박스 등에 모아 옮긴 뒤 투표함에 넣는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또다시 선관위가 투표 관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은 이날 서면 입장문을 통해 “오전 11시부터 정오께까지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일부 관외 사전투표자의 본인 확인 및 투표용지 수령 후 기표대기 줄이 투표소 밖까지 이어진 사례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선관위는 “사전투표소 면적이 협소해 선거인 대기 공간이 충분하지 않아 사전투표 관리관이 관외 사전투표자 대기 공간을 외부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치권에선 신촌동 사전투표소에서 알파벳 토토가 외부로 반출된 정황이 확인돼 논란이 불거졌다. 일각에선 일부 유권자가 알파벳 토토를 받고 대기하던 중 점심식사를 한 뒤 투표를 마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국민의힘은 “선거 관리 신뢰를 무너뜨리는 장면이 벌어졌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외출 투표 사태가 발생했다”며 “반복되는 선거 관리 부실에 국민들만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선관위는 “기표대기 줄이 길어진 상황에서 발급 속도를 조절하지 못한 관리 미흡이 있었다”며 “투표소 밖에 경찰 및 안내 요원이 배치돼 있었으나 극소수 선거인이 대기 줄에서 이탈하는 등 통제가 완벽하지 못했다”고 사죄했다. 다만 선관위는 “신촌동 사전투표 마감 결과, 관외 사전투표자 투표용지 발급 매수와 관외 사전 투표함 내 회송용 봉투가 정확히 일치했다”며 선거 부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선관위의 관리 미흡으로 투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보수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부정선거 음모론’이 제기된 상황에서 논란에 불을 지필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이날 오전 인천 계양구 계양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사전투표와 관련해 여러 가지 관리 부실이 일어날 수 있고 부정선거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며 “그런데도 사전투표를 안 하면 전체 투표율이 낮아져 우리가 불리해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오후 대치2동 사전알파벳 토토소에서 알파벳 토토를 두 번 한 유권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정상원/김다빈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