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41개 vs 중국 18개 vs 한국 2개….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등 8개 미래 산업의 분야별 ‘톱10’에 든 국가별 기업 수다. 첨단 산업이 미·중 패권전쟁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이 설 땅을 잃고 있다. 반도체, 자동차 등 기존 주력 산업이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미래 산업 경쟁력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에서 ‘K인더스트리’가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일 첨단산업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캐나다 ICV탱크(TAnK)가 최근 내놓은 ‘글로벌 미래 산업 경쟁력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휴머노이드, 바이오, 친환경에너지, 우주·해양, 첨단 네트워크, 양자컴퓨팅, 뇌과학 등 8대 미래 산업에서 분야별 톱10에 든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첨단 네트워크 분야)와 LG에너지솔루션(친환경에너지) 등 2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ICV탱크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의 의뢰를 받아 8개 분야별 기업 순위를 매겼다.

톱10을 가장 많이 배출한 국가는 미국(41개)이었고, 중국(18개)이 뒤를 이었다. 각각 3개 기업을 배출한 캐나다와 일본이 3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AI, 휴머노이드 등 첨단 분야에서 꽃을 피우려면 기초연구 기반이 탄탄해야 한다”며 “산학연이 똘똘 뭉쳐 오랫동안 기초연구를 수행해온 미국과 중국이 첨단산업을 장악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에 쓸 가용자금과 인력풀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미·중과 정면 승부하는 것은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ICV탱크는 지난해 기준 한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 순위(10위·81.48점)를 2022년(8위)보다 두 단계 끌어내렸다. 미·중은 물론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호주에도 밀렸다.

이상현 산업연구원 디지털AI연구실장은 “한국은 기초기술보다 상대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하는 응용기술 분야에 강점이 있다”며 “정부의 지원과 규제 개혁이 선행되면 첨단 산업에서도 ‘스타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김우섭/박의명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