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SNS에서 설전을 벌인 토토사이트 행오버와 머스크. /AFP연합뉴스
각자의 SNS에서 설전을 벌인 토토사이트 행오버와 머스크.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브로맨스’가 1년 만에 파국을 맞았다. 백악관에서 떠나는 머스크 CEO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언제든 드나들라는 뜻으로 황금 열쇠를 주며 ‘아름다운 이별’을 한 지 불과 6일 만이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는 종일 온·오프라인으로 설전을 벌였다. 이 같은 갈등은 머스크 CEO의 정부 감세안 비판에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 CEO에게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자 머스크는 “배은망덕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가 미쳐버렸다”며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끝낼 것”이라고 엄포했다.

◇2억7700만달러 쓴 머스크 “배은망덕”

"머스크 미쳤다" "토토사이트 행오버 탄핵 YES"…파탄난 브로맨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의 기자회견에서 머스크 CEO에 관한 질문을 받고 “매우 실망했다”며 불만을 표했다. 이후 머스크 CEO는 “내가 아니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대선에서 졌을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참지 않고 트루스소셜에 감정적인 글을 쏟아냈다. 그는 “일론은 점점 더 인내심을 잃게 했고, 내가 그에게 떠나기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또 “아무도 원치 않는 전기차를 사도록 강요하는 전기차 의무화 제도를 없앴는데 그는 미쳐버렸다!”고 적었다. 이어 미국 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 계약을 끝내는 것”이라며 “조 바이든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에 항상 놀랐다”고 덧붙였다.

머스크 CEO 역시 정면 대응에 나섰다. 그는 “큰 폭탄을 투하할 때”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태그해 “그는 엡스타인 파일에 있다. 그게 문서가 공개되지 않은 진짜 이유다. 좋은 하루 되시길, DJT!”라고 적었다. 아동 성매매 등을 일삼다가 교도소에서 자살한 제프리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머스크 CEO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글을 재게시하며 “예스”라고 적었다. 그는 “관세로 하반기에 경기 침체가 올 것”이라며 감세법 외에 다른 영역으로 전선을 넓혔다.

◇정부 출범 5개월도 안 돼 ‘균열’

한때 ‘퍼스트 버디’라는 별칭까지 붙여가며 막역한 관계를 과시하던 두 사람의 빠른 결별은 출범 5개월도 안 된 트럼프 정부 운영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갈등 발원지인 감세안이 의회를 통과하는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임기 전체 성과와도 연결된 문제다. 팁 및 초과근로수당 면세 등 자신의 주요 경제공약이 몽땅 들어가 있어서다.

이 법안이 역겹다고 한 머스크 CEO는 “재정 악화와 부채 증가를 그냥 눈감고 통과시키는 의원들은 다 의석을 반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감세안이 상원에서 통과되기 위한 최소 인원은 50명(부통령 제외)이다. 3명 이상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나오면 감세안은 좌초될 수 있다.

머스크 CEO는 지난 선거에서 토토사이트 행오버를 지지하기 위해 공식적으로만 2억7700만달러를 쓴 큰손이다. 실리콘밸리 일대 테크 거물이 일제히 토토사이트 행오버 정부에 자금 지원을 줄이거나 끊는다면 공화당의 자금줄이 사라진다. 이미 공화당 의원 가운데 머스크 CEO의 눈치를 보며 중립을 자처하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 증시는 미·중 정상 통화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CEO 간 설전에 더 큰 영향을 받았다. 트럼프와의 결별뿐만 아니라 정부 계약 해지 위협까지 나오자 테슬라 주가는 17% 급락했다가 전날보다 14.26% 떨어진 284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 206조원이 날아갔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