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토토 예물, 오늘이 최저가?…"또 오른대" 예비부부 속앓이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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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예물, 타이밍 못 잡겠다" 아우성
'대표 예물' 샤넬 클래식백 1600만원 돌파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줄줄이 가격 올려
예비부부들 예물 생략·상품권 구매 팁 공유
'대표 예물' 샤넬 클래식백 1600만원 돌파
에르메스·루이비통 등 줄줄이 가격 올려
예비부부들 예물 생략·상품권 구매 팁 공유

오전 10시 30분, 백화점 문이 열리자 직원이 "뛰지 말고 걸어주세요"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손님들은 각자 목표한 브랜드 매장으로 서둘러 향했다. 인기 명품 브랜드 매장 앞에는 순식간에 웨이팅 줄이 형성됐다.
최근 잇따른 블랙토토 가격 인상 소식에 예비부부들도 예물 구매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 웨딩홀 식대까지 해마다 오르면서, 결혼 준비는 더 이상 로맨틱한 여정이 아니라 철저한 재정 전략 싸움이 됐다.
12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 김모 씨(32)는 이날 평일 반차를 내고 예비신부와 함께 백화점을 찾았다. 그는 "명품값이 계속 오르니 미리 사두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주말에 방문했을때 인원 마감이라 돈이 있어도 못 샀다. 가방은 물론 반지도 빨리 사자는 쪽으로 마음을 굳힌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이 선택한 웨딩밴드는 까르띠에로 당초 7~8월 웨딩 촬영 일정에 맞춰 구매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갑작스러운 가격 인상 소식을 듣고 추가 인상을 우려해 구매 시점을 앞당겼다. 까르띠에는 올해 2월에 이어 5월 14일에도 전 제품 평균 6%가량 가격을 인상했다. 3개월 만에 두 차례 가격을 올린 셈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실시간 정보 공유 중

한 결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 웨딩밴드 계약하고 왔는데 셀러가 O일에 가격 인상 예정이라고 하더라. 참고하라"는 등의 실시간 정보가 공유됐다.
이와 함께 "명품 웨딩 밴드 너무 비싸서 종로에서 해야겠다", "예물은 미리미리 사야 하는 거였다"는 글들도 눈에 띄었다.
해당 글을 접한 예비부부들은 "명품 예물, 타이밍 못 잡겠다", "오늘이 가장 싸다더니 진짜 그 말이 맞다", "(가격 인상)그 전에 빨리 사라는 심보인 건지 한숨만 나온다", "결혼 준비 일찍 시작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예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웨딩플래너 유 모씨는 "요즘은 명품 브랜드 커플링을 가장 많이 하고, 예식이 한참 남아 있어도 미리 준비하는 커플들이 많다"며 "요즘은 현실적으로 금액을 조정하는 편이고. 특히 예물용 가방은 예산을 1000만원 이상 잡아야 해서 신랑이 신부와 합의해 가방 선물은 아예 생략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예물의 상징 '샤넬'…가방 한 개가 '중고차 한 대 값'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이 정도면 차 한 대 값'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올해 5월 결혼한 모 모씨(27)는 "신랑이 예물로 가방, 신발 하나씩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해서 작년 같은 날 미리 샀다. 그때 800~900만 원대로 샀는데 지금은 1200만 원이 넘는다. 너무 많이 올라 거의 중고차 한대 값"이라며 "샤넬은 부르는 게 값이다. 예쁘긴 한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앞으로는 명품 안 사고 싶다"고 덧붙였다.
블랙토토 가격 인상은 샤넬만의 일이 아니다. 불가리는 이달 23일 전후로 국내 주얼리 제품 가격을 또 한 번 인상할 예정이다. 벌써 올해만 두 번째다.
루이비통도 지난 4월 일부 가방 제품의 가격을 3%가량 인상했고 에르메스도 올해 1월 가방·주얼리·액세서리 전 범위에서 평균 약 10% 인상한 후 6~7% 추가 인상을 단행했다.
디올은 2023년 7월, 레이디 디올 등 주요 제품의 가격을 50만~100만 원 인상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공식적인 가격 인상 소식이 없었지만, 타 블랙토토 브랜드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디올 역시 올해 중 인상을 단행하는 거 아니냐는 소문도 흘러나온다.
한 명품 매장 관계자는 "예물은 무조건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하는 게 낫다. 시즌 백은 몇십만 원, 대표 제품은 100만원 이상 오른다"며 "비싼 만큼 컨디션 좋은 제품을 찾는 손님들이 많고, 특히 재고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미리 재고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전략 세우는 예비부부들…예물 생략, 상품권 구매 팁까지
블랙토토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아예 예물을 생략하거나 가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도 다양해지고 있다.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이모 씨(30)는 "결혼식장 예약하고 나니 예물 살 돈이 없더라"며 "예물은 생략하고 종로에서 커플링만 맞췄다. 대신 아낀 돈으로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올해 말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윤 모씨(29)는 "약 580만원짜리 예물을 상품권으로 구매하면서 15만원 절약했다"며 "명품값도 계속 오르는데, 이 정도 수고는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 "명품 수요 꺾이지 않는 이상 인상 계속될 것"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를지 단언하긴 어렵지만, 소비자들이 가격이 올라도 계속 구매해준다면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격을 더 올리고 싶은 유인이 생긴다"며 "결국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존재하는 만큼, 명품에 대한 높은 선호도가 20~30대 사이에서 두드러지는 지금 상황에서는 결혼 예물로도 그 수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SNS에서 과도하게 고가 명품을 예물로 받는 사례들이 일반적인 것처럼 공유되면서, 다수의 소비자가 무리하게 소비에 나서게 되는 현상도 문제"라며 "명품이 정말 꼭 필요한 소비인지, 자산 여건에 맞는 소비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시월 건국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명품 브랜드는 희소성을 높이고자 가격을 계속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들은 위험을 감수한 소비는 지양해야 하며 자신의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 기준을 세울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결국 소비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소비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지희 토토사이트 추천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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